2020년의 새해를 맞이했지만, 올해의 첫날은 그닥 유쾌하지 않다. 

이나이 먹어 무슨 청승인가 싶지만, 

평소였으면 그저 그렇게 넘어갔을, 연말의 몇몇 사건들을 계기로

견고하게 쌓아놓았던 성이 무너진 것 처럼 마음속에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가 그리워 졌다. 

20대의 나는 조금 더 여유롭고 조금 더 나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슬프면 엉엉 울었고, 

스트레스를 핑계삼아 나홀로 보내는 시간을 마련해 여유를 즐길 줄 알았다. 

남들만큼 치열하게 살기 싫어 스스로를 다독이며 현실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갔다.

오로지 혼자였기에 가능했던 시간들이었다.

 

문득 돌아보니 결혼을 한지 햇수로 4년차가 되었고, 아이는 두돌을 맞이했다.

시간이 참 빠르다. 

 

나의 인생을 돌아보기에도 바쁜 시기에, 집안을 신경써야하고, 아이의 케어와 교육을 신경써야하고, 

정많은 시부모님과 혼자인 아빠, 물가에 내놓은 아이같은 신랑까지 챙겨야했다. 

맞벌이해야하는 상황이기에 커리어를 위한 학업까지 시작했다. 

회사에 학교에 육아에.. 

다만, 이 모든 것들은 순차적으로 서서히 늘어났기 때문에 난 몰랐나보다.

따뜻한 물에서 유영하다 도망칠 순간도 못찾고 끓는 물에 익어버릴 개구리 마냥, 

나도 모르게 바쁘디 바쁜 생활에 적응해갔다. 

 

언제부턴가 내가 알지도 못한 사이에, 나라는 사람이 사라졌다.

다들 내게 욕심이 많다고 했기에, 나도 내가 욕심이 많은 거라 생각하며 바쁘게 살았다. 

늘 반성하고 반성하며, 내 욕심을 챙기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할일을 쳐냈고,

내가 여유롭게 살아왔던 그 모든 시간들을 보상하기라도 하듯 너무나 열심히 살았다. 

 

언제부턴가 난 모든 이들에게 너그러워졌다.

언제부턴가 난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이 사라졌다. 

언제부턴가 어떤 상황이 되어도 화가 나질 않았다. 

언제부턴가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고 내 눈을 가렸다. 

언제부턴가 후회라는 단어를 증오하며 현재의 삶에 불을 켜고 쉬지 않고 움직였다. 

나는 내가 감정 조절능력이 높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나보다. 

나는 너무나도 감정적인 사람이었기에, 내 감정에 소모하는 에너지를 줄여야했고, 

본능적으로 나의 감정을 왜곡시키고 현재에 맞게 세뇌시켜왔다.

그저, 자기합리화에 능했던 나는, 스스로의 감정을 이성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세뇌시키며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욕심이므로 나는 즐거운 것이라 스스로 세뇌시켰고,

내가 욕심이 많아 이 고생을 하는거니, 남한테 티내면 안된다 스스로 세뇌시켰다.

과거를 돌아보면 내 감정이 일렁이니, 이를 감추기 위해 과거를 싫어하도록 세뇌시켰다. 

그렇게 꾹꾹 눌러담아놓았나보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다가오는 시점 문득 뒤돌아보니,

내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의 무게에 짓눌려 살고자 발버둥치는 나만이 남았다.  

 

어떻게 되돌려야할까. 

어떻게 이 책임감에서 벗어나 나를 돌아볼 수 있을까. 

 

일기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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